절대로 얽혀서는 안 되는 관계였다. 불륜으로 맺어진 결실, 첩의 딸 김인아.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게 ‘첩질’인 본처의 자식 최태경. 인아는 우연히 마주친 최태경에게 충동적으로 원나잇을 제안한다. 첫눈에 호감을 가진 태경도 이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둘 사이는 시작도 하기 전에 파국을 맞게 된다. 인아 때문에 함정에 빠졌다고 오해한 태경은 5년 후, 한국으로 돌아와 잔인하게 인아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본문 中. 창백하게 젖은 얼굴로, 인아가 입술을 달싹였다. “머무르게만 해주신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내가 뭘 시킬 줄 알고?” “각오는 하고 있어요.” 남자가 비식 입꼬리를 올렸다. 인아의 간절한 눈빛을 들여다보며 오만하게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럼 이거, 핥을 수 있어요?” 시선을 내린 인아의 동공이 파들거렸다. 잠시 후, 인아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천천히 무릎을 꿇는 인아의 귓가에 무심한 저음은 선명하게도 박혀들었다. ”잠깐. 순서가 틀렸잖아요. 옷부터 벗어야죠.” 표지 일러스트 : 애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