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대한민국 막장 드라마 악역의 달인으로 일명 ‘막장의 여왕’이라 불리는 기다린이 웹소설 <착한 메어리, 마침내 여왕 되다> 속 개막장 여왕에 빙의해서, 김치 싸대기 날리는 막장 연기로 이 세계를 접수한다. *** “정신이 이상한가? 망상증?” 한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남자는 그만 가려는 듯이 발을 떼려다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며 멈추고 말았다. 다린이 냅다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던 것이었다. ‘와~~ 이 미친 존잘남 좀 보소. 내가 정신 이상? 망상증이라고?’ “어머? 내가 별 미친놈을 다 만나서 발이 헛나갔네요.” 다린은 한쪽 입술 끝을 올려 비열하고 잔혹하게 웃어준 후 쌩하니 뒤돌아섰다. 그리고 힘차게 걸어나갔다. ‘아이씨, 열받아서 내가 여왕이란 걸 잊어버렸네. 연회에 온 모양인데, 나중에라도 만나면 어쩌지. 아니지. 뭘 어째? 여기서는 내가 여왕인데……. 지가 어쩔 거야?’ 풍성한 드레스 자락을 꽉 올려 잡고 발을 거침없이 내디뎠지만 곱씹을수록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망상증? 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네.’ “내가 이 험한 소설 속에 갇혀 지금 얼마나 힘든데!” 그녀는 시베리아, 개나리부터 십장생까지 랩 하듯이 욕지거리를 속사포처럼 내뱉었다. “개나리야! 미안하다! 내가 오래 사는 게 꿈이다! 십장생아!” 그러나 얼마 못 가서 그 남자에게 왼팔이 딱 잡히고 말았다. 아, 깜짝이야! 남자의 탄탄한 손가락이 피부에 닿자, 부르르 전율이 일었다. “무례하군요. 레이디의 팔을 함부로 잡다니! 곱~게 말로 할 때 놓으시죠?” ‘뭐? 어쩌라고? 너도 한 대 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