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정보가 담긴 금색 실선 두 개를 왼손 약지에 새긴다. 그것은 부모의 애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증표이기에, 표식이 없는 이들은 당연한 사랑조차 받지 못한 이들이라며 온갖 차별을 당한다. 그들은 오로지 '임시 보호'라는 제도 아래에만 묶일 수 있으며 결혼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와도 가족을 이룰 수가 없다. “…형, 나 다시 돌려보낼 거야?” “절대 안 보내. 앞으로는 형이랑만 오래오래 사는 거야.” 표식과 부모가 모두 있지만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유원'은 친척집에 서류 한 장 만으로 손쉽게 거둬진 어린 '경현'과 만나 처음 겪는 대가 없는 애정과 누군가 자신을 원한다는 생소한 경험을 주고받게 되고. “…연인이니까. 형이랑 경현이랑 서로 좋아하는 사이잖아.” “형이랑 나랑…. 아직도 그런 사이야?” 볕 들 날 없을 줄 알았던 생에 찾아온 한낮의 낙원. 두 사람은 서서히 서로의 세상 속 유일한 존재가 되어주지만 그 안온함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혀, 형 앞에, 나타, 나타나서, 으흑, 형이, 형 좋아해서 잘못했어…. 다 해달라고만 해서….” “…….” “좋아, 좋아해서 잘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