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와의 상견례 직후 파혼했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는 말에 권서한은 피곤한 듯 한숨을 쉬었다. “종종 그런다던데. 헤어지자는 말로 무심한 애인 테스트해본다고." “…….” “선재야, 나는 너 안 잡을 거야. 그러니까 매달리는 모습 보려고 이러는 거면 여기서 관둬.” 손에 끼워진 반지를 빼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서한의 시선이 잠시 그 위에 머물렀다. “후회는 네가 할 거야. 그래도 헤어지겠다고?” “어.” “……그러자, 그럼.” 바람과 달리 그는 한 번도 붙잡지 않았다. 참 쉬운 이별이었다. 어려웠던 시작과는 달리. 결혼은 사랑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변해버린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돌이킬 수 없다. *** “아직 대답 못 들었는데. 점심 벌써 먹은 거야?” “지금 밥 먹는 게 중요해?” “중요해. 지금은 네가 끼니를 걸렀는지가 가장 궁금해.” 그토록 무심했던 남자가 변했다. 파혼 후 6년 만이었다. "이제 와서 대체 왜 이러는 건데?" "그러게 그때 나랑 결혼했으면 좋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