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윈도조차 되지 못했던 전남편과의 하룻밤! 그날로 모든 관계가 뒤바뀌었다. 전남편이어서 더 안전할 거라고 생각한 하룻밤이었다. “두려워하지 말아요. 원 나잇을 한다고 해도 우리처럼 안전한 상대는 없을 거니까.”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의 말이 맞았다. 서로에 대해서 이렇게 안전한 관계는 없을 거다. 그런데 그것과 상관없이 함께하는 순간 가슴이 무섭게 뛰었다. 만일 3년 전 결혼 기간 중 어느 날에 이렇게 함께 있자고 했으면 그는 과연 함께했을까? 물론 그럴 여지조차 없이 결혼 내내 눈앞에 보이지도 않았던 그였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어떠한 이의 제기도 하지 않고 7개월을 조용히 있다가 이혼에 합의한 것도 자신이었다. 지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그대로 서 있었다. 자신의 마음조차 누르고 있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나 지금 괜히 허세를 부리고 있나? 분명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 무섭게 뛰는 가슴을 애써 외면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덤덤한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지만 속은 몹시도 시끄러웠다. “크게 의미 둘 거 없어요. 그러니 그렇게 부담 가질 것도 없다고 봐요.” 어차피 하룻밤일 뿐이니까.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지희는 그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상대가 한 번도 같이 밤을 보내지 않은 전남편이라는 게 우습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