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편단심이라고 생각했던 남자친구는 양다리를 걸쳤다. 하필이면 그 상대가 그녀가 동생처럼 아꼈던 후배다.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다. 은수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남자친구를 늘 탐탁지 않게 여겼던 아버지는 마침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더 이상 딴생각 말고 맞선 봐.” 봐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아비 말을 듣지 않으면 호적에서 파낼 생각이라며 최후통첩을 내렸다. 아버지의 경고에 어쩔 수 없이 나간 맞선자리. 그런데 세상이 좁다고 해야 하나. 이 남자를 이곳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사랑이나 운명 같은 것은 다시 믿고 싶지 않았기에 인연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럼 악연이겠지. 어떻게 거절해야 하나, 고뇌하는 은수와는 반면 그는 거침없었다. “나랑 결혼해요.” “……?” “나랑 결혼하면 서은수 씨는 꽤 많은 걸 얻게 될 겁니다.” 양다리를 걸친 김경호가 쓰레기라면, 다짜고짜 결혼하자고 들이대는 이 남자는 미X놈인가? “나랑 딱 일년만 같이 사는 조건으로 이혼위자료로 100억을 드리겠습니다. 일단 선불금 20억을 먼저 드리고…….” 남자가 매혹적인 입술을 열며 덧붙였다. “일년 후 서은수 씨는 자유와 사는 데 부족하지 않는 돈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녀가 원하는 것.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자유와 그리고 돈. 파격 청혼이 아닐 수 없었다. <caoa8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