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만 알았던 아이가 살아 있었다. 그것도 버젓이 내 곁에. “이래서 부모 없이 자라면 안 돼. 저러니 애 아빠도 없이 애를 낳지, 안 그래?” 사람들의 멸시와 조롱은 괜찮았다. 혼자였어도 희망이를 품은 열 달은 행복했으니까. 아이를 사산한 후, 연수는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아이 아빠인 문선재를 다시 마주하기 전까지. “5년 전 헤어진 연인한테 이러는 문선재 씨도 정상은 아니에요.” “알지. 생전 안 하던 짓을 할 정도로 정신없는 새끼인데, 지금.” 벼랑 끝에 내몰린 연수에게 손을 내미는 선재. “형편없는 새끼들 만나고 다닐 거면 차라리 다시 만나자고 해.” “…….” “나한테.” 구원의 손길임을 알면서도 잡을 수 없었다. 죽은 아이의 아빠였으니까. 밀어내는 게 최선이라 믿었다. 아이가 살아 있는 걸 알기 전까지는. “고작 그런 이유로… 그 자리가 그렇게 탐나서, 내 아이를 빼앗았어?” 가족이라고 믿었던 이들이 아이를 빼돌렸다는 걸 알았을 때, 연수는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살아야겠다. 강해져야 한다. 아이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지키기 위해서라면. “문선재 씨.” 이 몸이 불타는 한이 있어도 지옥을 기어서라도. “아이가 있어요. 당신하고, 나에게.” 당신의 세계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