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엄마 필요하시다면서요. 그런데 서류상 아내는 싫으세요?” 고작 석 달도 채 안 되는 사이에 제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남자. 더 늦기 전에 멈춰야 하는데 불가항력이고 이제 붙잡을 수 있는 건 의미도 사라진 계약서뿐. “이럴 줄 알았으면 정현욱 씨하고 결혼 안 했다고!” “내가 주은성을 사랑해! 주은성이 필요해졌어! 그거면 되는 거 아닌가?” “그거 사랑 아니에요. 현욱 씨가 하는 그거, 사랑 아니라고요.” 왜인지 모르게 처음 그녀를 안았던 날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외모와 묘하게 느껴지는 괴리감에 호기심이 동했고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그녀에게 끌렸다. 위험을 자초하고서라도 갖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 어디 한번 해 봐. 밀어낼 때까지 밀어내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