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갑자기 나타난 남자는 다짜고짜 자신을 호랑이라고 했다. “돌려줄래?” “뭐, 뭐를요?” “네가 가져간 내 눈썹과 이빨.” 500년 전, 호랑이가 빌려준 눈썹과 이빨을 받고 사라진 소녀. 그리고 그 소녀의 후손이자 같은 영혼을 가진 소녀 송지안. “아, 글쎄. 나는 그런 거 모른다니까요?!” “아니. 네가 맞아.”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 짐승의 포효처럼 울려 퍼지는 천둥. 황금빛으로 변한 눈동자. “아, 알았어요! 알겠으니까 제발 그 천둥 좀 하지 마요!” 지안이 살기 위해 소리쳤다. * “인간의 목숨을 속박할 수 있는 계약은 두 가지.” “두 가지?” “첫 번째, 너의 목에 내 이빨을 박아 넣어 네 피를 속박하는 계약.” “그, 그건 그냥 죽으라는 거잖아요!” “두 번째, 너의 호흡을 속박하는 계약.” “……호흡?” 그 말을 끝으로 입술이 닿았다. 숨결이 얽히고, 피가 엉키고, 목숨이 속박되었다. 계약 성립이었다. 스무 살 대학생 송지안과 n천 살 산군 호랑이의 진짜 목숨 걸린 달콤 살벌 로맨스. <호랑이가 제 말 하니 찾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