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사랑이 꺼진, 아니 욕망이 바닥난 남자는 무섭도록 냉정하게 떠났다. 사랑했지만 유효 기간이 만료되었고 윤한은 그답게 떠났을 뿐이다. 만료된 것으로는 아무것도 못 한다. 만료된 계약서, 만료된 여권, 만료된 사랑. 하지만 주연의 유효 기간은 허락도 없이 연장되었다. 생각하지 말아야지. 떠올리지 말아야지. 절대로 흔들리지 말아야지. “이럴 거면, 그때는 왜 헤어졌는데?” “그땐 헤어질 만해서.” “…….” “지금은 가질 만해서.” 어차피 오래가지 못할 관계였다. 헤어진 사람들은 다시 만나도 비슷한 이유로 헤어진다. 알고 있지만, 남은 사랑을 소진하고 싶다. 죽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것이 아닌, 적당히 행복하고 설레는 사랑을. 그걸 너와 해야만 내가 과거를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이미 이곳에 와 있지만, 나는 아직 오 년 전에 멈춰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