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같이 자게 될 거야. 당신 방보다는 내 방이 더 나을 테니 내 방으로 하지.” 반년 만에 돌아온 저택, 세현의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리스였다며, 그렇다면 각방을 썼겠지.” 허울뿐이었던 2년 6개월의 결혼생활. 조금의 틈도, 다진의 손이 닿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세현은 냉정하고 무심한 남편이었다. 그래서 다진은 도무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림처럼 걸어 두고 보기만 하려고 그 돈을 제안한 건 아니야. 내 기억을 떠올리는 데 일상적인 것보다 강한 접점이 도움이 될 테고.” 세현의 말에 다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강한 접점이라면, 설마……? “우리 아직 부부야. 부부는 동침의 의무가 있지.” 서늘한 눈매 속 짙은 시선이 다진을 옭아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