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에 걸렸다. 연애 한 번 해보겠다고 마녀를 찾아간 것이 화근이었다. ‘그깟 사랑이 뭐라고.’ 물약 하나 잘못 먹어서 부엉이가 됐다. 수인도 아니고 진짜 야행성 맹금류 부엉이. 덕분에 밤낮도 바뀌고 가문에서 실종된 비련의 여자가 되었다. 하루빨리 사람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 빌어먹을 마녀가 해독법도 이상하게 만들어놨다. “가장 마음에 끌리는 남자와 결혼생활을 하면 저주가 풀려요.” “…….” “아, 맞다. 최소 2년 넘게.” ……이 XX가? *** 죽을 때까지 부엉이로 살 수는 없는 노릇. 나는 즉시 남편감을 수색했다. 마음에 끌리는 남자……. 마음에 끌리는 남자……. 오, 때마침 산 중턱에서 늠름한 자태의 미남이 레이더망에 포착되었다. 살포시 날아가 은근슬쩍 어깨에 앉자, 매서운 눈빛이 나를 훑었다. ‘흥, 쫄 줄 알고?’ 저주를 풀 수 있다면 이 정도쯤이야. 부엉이를 우습게 보지 말라 이 말이야! “저, 각하……. 괜찮으십니까? 불편하시면 제가,” “됐다. 하던 말이나 계속하도록.” 그런데 이 꽉 막힌 북부 공작… 생각보다 (부엉이인)날 좋아한다? “하녀장, 부엉이는 주로 뭘 먹지?” “그거, 이리 주게. 부엉이에게 잘 어울릴 것 같으니.” “계속 부엉이라 부를 수 없으니 애칭을 지어주어야겠군. 루디가 나은가?” 선물에 애칭까지. 남자의 애정은 날이 갈수록 깊어진다. ‘아니야, 아니라고.’ 난 사람이야! 사람이라고! 서글픈 절규는 부엉이 울음소리가 되어 산 중턱에 메아리쳤다. 과연 에일린은 무사히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