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없네.” 믿었던 약혼자와 의붓언니의 부적절한 만남을 알게 되었다. 아무한테도 보여 주고 싶지 않은 비참한 순간, 남자가 나타났다. 무엇 하나 완벽한 게 없는 제 삶을 자조하며, 이현은 하룻밤 일탈만이라도 완벽하길 바란다. “완벽한 일탈이라.” “…….” “흥미롭긴 하네.” 비 내린 후의 숲 냄새를 간직한 남자와의 하룻밤이 지나가고. “다시 마주쳐도… 모르는 척해요, 우리.” 그러나 아름다운 정원에서 다시 마주친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된 이현은 경악한다. 한성그룹 후계자, 백무경. 남들 앞에서 한 치의 빈틈도 없는 남자는 오직 이현의 앞에서만 흐트러진다. “지금도 사랑이니 뭐니 하는 걸 믿어?” “그런 거 세상에 없다면서요… 없는 거 맞아요.” “감정에는 오류가 있지만, 욕망은 솔직하지.” 감정 따위는 없는 관계. 그래서 상처받을 일도 없다고 장담했다. “같이 뒹굴었다고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본데… 주제 파악까지 해 줘야 하나?” 서늘하게 내뱉는 말을 듣는 순간 이현은 깨닫고 만다. 사랑 따위는 하지 않겠다던 결심이 무너졌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