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더러운 짓 할래, 레아? 너랑은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세상을 제 발밑으로 보는 지독하게 오만한 사내가 미천한 하녀에게 제안했다. 그의 결벽증 치료를 위해 협조하지 않겠느냐고. “공작님을 도와드리면… 저는 뭘 얻을 수 있나요?” 바라는 걸 말해 보라는 말에 사랑을 요구할 만큼 레아는 순진하지 않았다. “바라는 건, 하나만 확실하게 해 주시는 거예요. 공작님의 결벽증이 사라지거나 약혼자가 생기는 경우엔 이 협조는 끝나는 거라고.” 끝은 정해져 있었다. 이 관계는 얀닉이 혼약을 맺은 뒤 새신부와의 후계 생산의 의무를 대비한 연습, 그뿐이었다. 하녀는 그 잠시 동안이라도 좋았고, “눈 감아. 지금부터 연습할 테니까.” 공작은 그 잠시 동안이면 충분할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