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결혼 연장 해." "싫어. 유희는 이 정도로 충분해. 깔끔하게 끝내자." 격렬한 정사 후, 달아올랐던 열기가 차갑게 식었다. 계약 기간만 끝나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제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서로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인 진성 그룹과 거만 그룹. 진성 그룹의 외손녀인 서린과 거만 그룹의 외아들 고율은 만났다 하더라도 냉정하게 찢어지는 마땅했다. "공평해야지. 이젠 내 부탁도 들어줘야지." 화살처럼 꽂히는 그의 숨결이 콧등으로 쏟아졌다. 난데없이 집요한 눈빛이었다. "차고율. 그건 계약 사항에 없었어." "이런 것도 계약 사항엔 없었지." 뒤통수를 움켜 쥔 손이 서린의 고개를 바짝 치켜 들었다. 와락, 적나라한 호흡이 입술 사이에서 공기를 압박했다. '어쩌려고, 이 위험한 계약을 또 하자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