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일만 하다 죽었는데 결국 모든 게 이야기 속이었다. 그것도 주인공인 조카의 각성을 위한 사망이라니. 그렇게 다시 살아나 새로운 이야기 속으로 빙의했다. 이번엔 어찌저찌 주인공이 되었는데... 이 세계의 빙의자가 나타나 주인공 자리를 뺏으려고 한다. *** "당신 자꾸 왜 내 앞길을 막아요?" 마레아의 녹안이 나를 직시했다. 초조함과 혼란스러움이 가득한 시선이 숨기지 못하고 쏟아진다. 향간의 퍼진 그녀의 좋지 않은 소문은 진작에 사라진 지 오래였다. 글썽거리는 눈망울을 빤히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말이 튀어 나갔다. "그 자리는 저의 것이니까요." "뭐라구요?" 되묻는 마레아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함에도, 여상히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뺏은 주인공 자리, 원래는 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