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잘 모르는구나. 내가 얼마나 미친놈인지.” 본능적으로 차오르는 눈물을 삼킨 태리의 질문에 도진이 입술을 부딪쳐오며 답했다. 짓눌린 입술 사이로 도진의 문장이 흘러나와 태리의 입 안으로 삼켜졌다. “…나,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싫어하지.” 그런데 왜. 태리의 물음은 답을 받지 못하고 한도진과 멀어진 지 6년째 되는 날, 그는 상사로 태리와 재회했다. “남자 없다며.” 어딘지 모르게 화가 난 얼굴. 그러니까 네가 왜…. “얜 남자가 아니라….” “남자가 아니면?” 태리가 눈을 질끈 감았다. 여기서 더 무를 순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애예요.” “뭐?” “제 아이요.” 도진의 눈썹이 비틀렸다. “너와 나는 악연이야.” 도진의 얼굴이 태리에게 가까이 닿았다. 조용한 숨결이 태리의 얼굴 위로 스치는 느낌에 온몸의 털이 바짝 솟을 정도로 예민해졌다. “만나고 싶지 않아도 만나게 되는 질기디질긴, 악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