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서 도망치니까 살 만해?” 해서의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정혁에게서 도망친 지 오 개월. 그가 완전히 자신을 잊었을 거라 단정했다. 하지만 그는 두 사람 사이에 공백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불쑥 다시 해서의 삶으로 들어왔다. “허락도 없이 멋대로 내 아이를 품고 도망쳐 놓고, 상관이 없으시다.” “당신 아이, 아니에요.” “넌 거짓말을 너무 못해.” 그가 당장이라도 입을 맞출 것처럼 얼굴을 바짝 붙이며 웃었다.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내 아이가 아니라고 하면,” 맞닿은 입술 표면이 간질거렸다. 민정혁이라는 늪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전부 오만한 착각이었다. 그는 기어코 해서를 가장 깊고 위험한 늪의 한 가운데로 이끌었다. “내가 속아 줄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