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은 이성이 끊어지지 않도록 정신을 붙잡으며 혀로 아랫입술을 쓸었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나오고 숨결이 거칠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정신차려, 이윤경.’ 콧구멍이 확장되려는 걸 애써 자제하며 입술을 꽉 다물었다. 나를 매정하게 찬 남자가 자기가 앞으로 어떤 일도 당할지도 모르고 곤히 자고 있다. 윤경은 침대 옆에 허리를 숙여 아주 천천히 무릎을 굽혀 이혁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봤다. 와, 잘생긴 건 알고 있었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더 잘생겼네. 하긴 내가 이 얼굴을 보고 홀딱 반했었지. 기다란 속눈썹에 오똑한 코. 그리고 앙다문 섹시한 입술까지. 지금 잠든 모습이 분명 저 얼굴로 여러 여자를 울리고 다녔을 것이다. 거기에 저도 포함되어 있고 말이다. 하여간 잘난 건 다 가지고 태어났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외모에 윤경은 넋을 놨다가 화들짝 놀라 정신 차리기 위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풋풋한 중학생 2학년 때 강이혁한테 고백하자마자 완벽하게 차이고 나서 2D 인물만 보고 산 지 6년. 연애를 경험이 아닌 2D로 보고 배웠다. 그 이상의 것도 눈으로 보고 익혔다. 남자라면 설레고 떨려 하는 연출을 만드는 데 자신이 있단 말이었다. 남녀관계 발전에 있어서 혀는 적셔주고 몸은 붙이라고 했지. 나이 스물하나 먹을 동안 연애 한번 해보지 못한 모태솔로인 나 이윤경한테 드디어 기회가 왔다. 강이혁이 이윤경한테 흠뻑 빠지게 만들 기회가. ‘나한테 빠지다 못해 헤어 나오지 못하도록 만들거야.’ 윤경은 보고만 있어도 황홀한 얼굴에서 가까스로 시선을 떼고 굽힌 무릎을 폈다. 방을 나가기 전에 무방비하게 잠든 이혁의 얼굴을 한 번 더 흘깃 보고는 방을 나갔다. 오빠를 꼬시기 위한 준비는 끝났다. #2D로보고배운연애 #드디어 #실행합니다. #좌충우돌 #오빠친구유혹하기프로젝트 #로맨틱코미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