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냐고 물었습니까?"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그녀를 꿰뚫어버릴 듯 노려보고 있었다. “없습니다. 단 한 순간도.” 그녀의 눈가에 고여있던 눈물이 툭 떨어진 순간, 눈앞에서 이를 목격한 칼릭스는 심장이 할퀴이는 듯한 격렬한 통증을 느꼈다. 그러나 이제 와 멈출 순 없었다. 돌이키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너무 많은 오해가 뒤섞였으며, 결단코 저는 그녀를 사랑할 수 없으므로. 어린 시절, 알렉산더 대공의 외아들 칼릭스는 제 영지 스윈더로 요양을 온 병약한 황녀 스칼렛의 시중을 들게 되고 둘은 곧 풋풋한 첫사랑에 빠졌다. 행복했던 나날도 잠시, 예기치 못한 비극으로 모든 것이 산산조각이 나며 둘은 원치 않는 이별을 맞이하게 되고. 그로부터 10년 후, 황궁에서 열린 스칼렛의 25번째 탄생을 축하하는 무도회에서 둘은 재회한다. 그러나 스칼렛의 곁엔 이미 유력한 약혼 상대로 거론되는 소비에스키 후작이 존재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전혀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스칼렛에 당황했지만 곧 칼릭스는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10년 전 그날 밤, 황제의 음모에 휘말려 억울하게 살해 당한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저를 버리고 떠나 제국의 새로운 황후가 된 어머니를 철저히 무너트리겠다고.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스칼렛이 필요했다. "전하를 많이,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수줍게 웃고 있는 나의 잊혀진 첫사랑. 당신의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mapleromance@naver.com 표지 / Pixabay 무료 이미지 *오탈자는 수시로 수정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