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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결손 유젬믹 웹소설 전체 이용가 총 4화 4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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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는 평범한 날이었다. 그 녀석은 호화로운 제 궁궐 같은 집에서 기어 나와 구태여 비좁은 쪽방 한 켠 자리를 비집고 들어와 내 등 옆에 누워 얕은 숨을 내쉬었다. "이수안, 자?" 나는 대답하기 싫어 애써 눈 맡을 찡그리며 규칙적인 숨소리를 흉내 내었다. 기실, 같은 방에서 잠들 때마다 내 품으로 슬그머니 불덩이 같이 뜨거운 손을 살금대며 더듬어 올라오는 버릇은 늘 있던 일이긴 했다. 나는 그때마다 그가 추운 겨울 날씨 익숙하지 않은 썰렁한 쪽방에 적응되지 않아 그나마 옆에 있는 온기를 얻고자 그러는 것 일거니 합리화했다. "...하." 성질머리 만큼이나 뜨거운 한숨이었다. 살풋, 가벼운 손길로 살결을 더듬어가던 손길이 점진적으로 끈적하게 바뀐다. 손은 뱀처럼 옷 속까지 기어 들어와 이곳 저곳을 농밀히 훑어나간다. 기어가는 곳곳 화상을 입은 듯 화끈거린다. "뭐, 야..?" 나는 당혹스러운 감정에 잔뜩 가라앉은 목을 긁어 그에게 내가 의식이 있음을 온 몸으로 알렸다. "좋아해." 훅, 코밑으로 밀려오는 짙은 알콜향이 이 상황을 조금은 대변해 주는 듯. 나는 불길한 예감에 온몸을 버둥대기 시작했다. "너 알고 있잖아. 자그마치 10년이야." 흐느끼는 그의 목소리. 나는 뒷머리를 얻어 맞은 듯 곁눈질로만 훔쳐봤던 그의 눈동자를 처음으로 마주했다. 그래, 나는 분명 자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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