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신탁을 받아 ‘흑’으로 태어난 희민은 선천적으로 허약하기는 하나 ‘흑’답게 아름답고 똑똑하다. ‘흑’이란 ‘백’과 더불어 달의 여신이 간택한 특별한 사람들. 그리고 ‘흑’과 ‘백’은 서로만을 사랑하고 영원한 짝으로 삼는다. 과거에 급제하여 평범하게 살던 어느 날, 그는 친구들과 구경하러 갔던 무예 대회에서 우승한 ‘백’을 발견하고 운명을 느끼는데……. *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품에서 빼내었다. 달빛 아래에 있는 그의 모습은 정말로 멋져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러면 오늘은 황궁에서 자고 가지 않을래? 내가 잘해줄게.” 남자가 어린 연인을 꼬실 때 할법한 대사라 나는 크게 웃고 말았다. 무슨 연애 소설을 읽었기에 저런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그래요. 집에 사람만 보내준다면 언제든 자고 가도록 하지요.” 나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시종을 불러 황궁에서 자고 간다는 언질을 줬다. 알아서 우리 집에 연락을 하겠지. 황제는 나의 손을 잡고 입을 열었다. “좋아하는 향이라도 있을까? 내일 아침에 먹고 싶은 것은?” “좋아하는 향은 딱히 없는데, 아, 아니 있어요. 폐하가 쓰는 복사꽃 향이요. 그리고 내일은 알아서 해주시는 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