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 촉에 이른 것이더냐? 처음이었을 것인데...' 입맞춤보다 맑고도 울림이 굵은 목소리로 첫 입맞춤을 한 저를 걱정해 준 것이 라희는 생각할수록 소중했다. "나는 아무 바라는 게 없는데, 오직 그를 연모할 뿐이야, 연모라는 그 숭고함에 부끄럽지 않을 연모." "나를 기다린 게요? 라희라고 했던가? 내 정혼녀 라선의 동생이렸다" 강녕저군이 불쑥 말하곤 날개를 펴듯 두 팔을 벌려 옥색 도포자락을 펼쳤다, 기다렸다면 와서 안겨 보라는 듯이! 달빛바람을 타고 내려온 한 마리 학이련가. "그에게 안기고 그를 안을 날은 오고야 말리니, 내 목숨을 걸고 그 날을 창출하리라, 운명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