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누이가의 저주를 받고 태어난 아이. 제 부모를 잡아먹고 태어난 아이. 그게 엘티아의 수식어였다. “오늘 밤, 내 침실로 오지.” 제 눈앞에서 다른 여자와 몸을 섞는 에드윈에게 매번 농락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위해 모든 걸 바치려고 노력했다. 그는 매 순간이 진심이 아니었을 텐데, 혼자서 이 덧없는 연정을 지키려 애썼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살인 누명이었으니, 그의 대한 사랑에 눈이 멀어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결과였다. 음력으로 15일이 되는 날 밤에 만월이 뜨면 자결할 생각이었는데……. “죽기 전에.” “…….” “그쪽의 그 잘난 능력, 한 번 더 나한테 써요.” 달빛에 반짝이는 우수에 젖은 녹안이, 바람결에 흩날리는 매끈한 머리칼이 아름답고 고결한 청년. 하인츠는 이렇게 말했다. “살아요.” 담담한 그 한마디에 무수한 안도감이 들었다. 제게 닿는 미약한 온기에 처음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엘티아는 결심했다. “베스.” “네, 황후 폐하.” “이제 때가 된 것 같아.” 그를 놓아줄 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