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말했지만 올해까지야. 협조하는 거.” 사무적인 도훈의 말에, 세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첫아이를 잃은 후로 세아가 간절하게 원해 온 것은 또 한 번의 임신이었다. 그것만이 무심한 도훈과의 유일한 연결점이 되리라 생각했기에. 매달리고, 바라고, 기다리는 이는 항상 세아였다. 그러나 그녀가 이혼을 입에 담은 날, 모든 것은 한순간에 뒤바뀐다. 이혼 통보를 하고 나오는 길에, 세아가 교통사고로 즉사한 순간부터. 세아를 잃은 후 뒤늦은 후회로 고통스러워하던 도훈은 그녀가 남긴 오르골의 ‘지젤’ 음악을 듣다가 9년 전으로 돌아간다. “선배님은 분명 저한테는.” “있었어, 관심. 아닌 척하고 있었던 거야, 그동안.” “네?” “내가 원래 좀 그렇게 생겨 먹었어. 그러니까 윤세아.” “…….” “어디 가지 말고 내 옆에 있어.” 눈부시게 아름다운 스물한 살 발레리나 윤세아를 다시 마주한 도훈은 그녀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곁에 두려 할수록 세아는 계속해서 죽음을 맞이하고, 도훈은 세아를 살리기 위해 오르골을 이용해 시간 여행을 하게 되는데…. pas de trois 세아가 살아 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번의 기회. 아내를 살리기 위한 한 남자의 애달픈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