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 그룹의 후계자이자 유일 그룹 회장의 아들, 서이한. 그는 모두가 원하는 최고의 신랑감이었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맞선 자리에 나가면서도 그와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맞선을 여러 번 봤고, 만나 본 여자 중엔 네가 가장 마음에 들어.” 그렇게 서이한의 아내가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쇼윈도 아내’. 욕망 이외의 감정은 개입되어 있지 않은 정략결혼이었다. 무남독녀로 외롭게 자라 결혼하면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혼자일 때보다 둘이어서 더 외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결혼하고서야 처음 알았다. 남편에게 결혼은 사업의 연장선이자 욕구 해소의 수단일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일말의 애정을 기대했다. 그의 아내로서 최선을 다한 날들이 처참한 상처만을 남긴 채 무너져 내렸다. “우리, 이제 그만해요. 그만하고 싶어.” 이혼을 입에 올리고서야 비로소 헛된 희망과 기대를 접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이 결혼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이 절대로 이혼해 줄 수 없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원하는 게 뭐야?” “사랑이요.” “…….” “이한 씨의 사랑을 원해요.” 서이한에게 사랑을 원하다니. 부질없는 짓이었다. “당신에겐 불가능한 일이라는 거 알아요. 그러니까 우리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이쯤에서 헤어져요.” “가르쳐 줘. 사랑, 그거 어떻게 하는 건지.” 그런데 이 남자,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혼해 달라는데, 왜 못 해주겠다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