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야. 그동안 재미있었지?” 그윽하면서도 낮게 깔린 목소리에 은하는 숨을 멈췄다. 아닐 거야. 현실을 부정하는 눈빛엔 공포가 서렸다. 실마리만큼 희망이 공기가 되어 사라진다. 저를 당장이라도 집어삼킬 듯한 눈빛을 잊고 싶어도 잊지 못했다. 제 몸 구석구석을 핥고 빨았던 태진이 입가를 적신다. 두려움에 목이 콱 조여온다. “날 엿 먹이고 도망을 친 소감은 천천히 우리 집으로 돌아가서 이야기 나누자고.” “태, 태진 씨.” 제 가족을 몰살시킨 주범이자 아이의 아버지인 태진이 다가오자, 은하는 아예 등을 돌리며 아이를 보호했다. “아, 안 돼요. 이 아이만큼은 안 돼! 절대로 안 돼!” “주은하, 네가 어떻게 발버둥을 치든지 넌 내 아이를 빼돌리지 못해. 지금도 봐봐. 내가 기어이 널 찾아냈잖아.” 그의 숨결이 귓가에 파고든다. 후, 일부러 귓가에 숨을 불어넣으며 비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감히 내 아이를 품은 채 종이 쪼가리 한 장 남겨놓고 사라져? 주은하한테 2년 동안 아주 제대로 물 먹었어.” 소름이 쭈뼛 돋는 동시에 그가 치아로 귓불을 살짝 깨물곤 핥아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