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비밀스런 사고로 인해 바보가 되어버린 황녀 메리엘. 황제의 살해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괴물 대공과 결혼을 했는데……. 늘 황궁에서 웃음거리에 찬밥 신세였던 그녀가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머리의 꽃도 짝 다른 양말도 아닌,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고고한 자태의 그녀가, 드레스 자락을 양손으로 들어 올리며 무릎을 굽혔다. 전혀 웃지 않는 눈과 어울리지 않게 입꼬리를 올린 채, 황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짓은 이제 그만 하시기를.” “…….” “그리하면 폐하께서 두려워하시는 일은 없을 테니.” 심지어 아무렇지도 않게 은밀한 말을 던지는 황녀 메리엘이었다. “클라우스, 밤이 깊었잖아, 응?” “그, 그럼…… 방으로 돌아가시지요.” “오늘은 여기서 잘 건데?” “예?!” 빨갛게 익은 그의 얼굴을 보며 메리엘은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당황과 동요, 그리고 흥분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남녀가 깊은 밤에 할 일은…… 알지?” 괴물 대공인 그가 사나운 눈빛으로 이를 으드득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