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거면 제대로 숨겼어야지.” 진심 어린 프로포즈에 다정한 키스만을 건넨 채 떠나 버린 그녀를 찾아 헤맸던 남자, 윤강준. 하지만 그녀의 전부가 거짓이었다. “이름을 속였다?” 3년 전, 초라한 자신을 숨기기 위해 사랑하는 남자를 버리고 떠났던 여자, 신예령. 인생 최악의 순간에 그와 재회한 것도 모자라, 끊어내지 못한 미련으로 그와 충동적인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사과할 기회를 줄래요?” “글쎄.” “할게요, 사과. 강준 씨 화가 풀릴 때까지.” 사과라, 지금 와서 그게 중요한가. 나직하게 내뱉은 강준은 다시금 예령의 입술을 감쳐물었다. 조금 전과 다르게 배려란 없었다. 거칠었고 투박했다. “모든 게 거짓이었지, 당신은.” 떨리는 눈가 위로 강준의 손길이 드리우자 예령의 두 눈이 확연하게 커졌다. “그래도 여긴 늘 솔직하네.” 열기가 깃든 뜨거운 욕망을 마주하고 예령은 두 눈을 꾹 감았다. 그렇게 강준과 관계를 끝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큰 오산이었다. “나를 한 번 배신한 걸 눈감아 준 대가가 고작. 또다시 내 뒤통수를 치는 거였다니.” 예령은 면목이 없었다. 사랑하는 강준을 지키기 위해 그의 정보를 넘기고 있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신예령 씨, 뭐든 한다고 했지.” 단숨에 깊게 다가온 강준에 예령은 눈을 질끈 감았다. “평생 내 옆에서 불행하게 살아. 그게 내가 바라는 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