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아무런 기억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내 남편이라 주장하는 사내가 곁에 있었을 뿐. 그리고, 그 남편이란 작자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다. 대체 왜 이런 사내와 결혼했나 싶을 정도로.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낳은 사생아를 데려왔다. 나는 아기를 지키려 그와 심하게 다투게 됐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또다시 기억을 잃은 난 그를 놔두고 아기와 함께 도망쳤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혼자 아기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던 내게 의외의 인물이 찾아왔다. “집에 갑시다.” 미친 황제라고 소문난 리시안 달 로단세가. “황후.” 그는 왜 나를, 황후라고 부르는 걸까. [일러스트 by 벨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