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어서 밤을 보내고 싶은 거예요.” 처음 본 남자에게 끌려 충동적으로 밤을 보낸 이서. 시종일관 여유롭고 미련도 없어 보이는 그는 자신과 너무 달랐기에, 다신 만날 일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가끔 만나는 건 어떻습니까.” 편하게 욕망을 해결하는 사이가 되자는 남자의 말에, 이서는 홀린 듯이 긍정을 표했고, 점점 혼자 마음을 키워갔다. 그의 아이를 품은 채 그의 곁을 떠나기 전까지. *** <본문 중> [날 찾지 말아요.] 메시지를 본 청우의 손끝이 손바닥 깊숙이 파고들었다. 자신을 향해 수줍게 웃던 그 창백한 얼굴이 떠올랐다. 잠들 때 자연스럽게 품 안에 안기던 그녀의 작은 몸도 떠올랐다. “내 아이를 품은 채로…….” 청우는 그녀가 원하는 게 무엇이든 해줄 수 있었다. 곁에만 있어준다면. 그녀 없이 살 생각 따위 없었다. “어디 한 번 마음껏 도망쳐 봐.” 그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널 되찾을 테니까. 같이 밑바닥까지 추락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