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아버지 덕에 찢어지게 가난한 것은 괜찮았다. 양반이 허드렛일을 한다며 손가락질을 하는 것도 견딜 수 있었다. 하나 내 꿈 하나 펼쳐 보지 못하고 시집을 가야 하는 것은 싫다! 풍운의 꿈을 위해 사내 복색을 하고, 여행길에 오른 정도윤. 그 여행길에서 수상하고 까탈스러운 선비 한 명을 만난다. “호패를 위조하랬지, 누가 마패를 위조하라 했습니까!” “위조가 아니라 제조다.” “지금 선비님이 얼마나 위험해 보이는지 아십니까?” “너는 확실히 사람 보는 눈이 좋구나.” 제 입으론 자신이 그 유명한 어사 한수창이라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정신이 나갔거나 사기꾼 같다. 이대로 같이 다녀도 괜찮은 걸까? 내버려 두자니 불안하고, 신경 쓰자니 한없이 피곤하다. 꽃다운 나이 십팔 세, 선비보다 더 선비 같은 여자 정도윤. 그녀의 위태로운 남장유람기가 시작부터 삐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