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 곽도형을 짝사랑했던 이시하의 29년 인생. 오랜 기다림의 끝, 그 결착을 내려고 했던 날이었다. 술김에 상대를 착각해 모르는 남자에게 입술을 들이밀기 전까진. “남의 마음 잔뜩 뒤흔들어놓고. 기억 안 난다. 미안하다. 하면 다예요?” “……네?” “그날 밤 그쪽이 나, 꼬셨잖아요.” “……!” “내가 좋다고 밤새도록 실컷 물고 빨더니. 왜 이제 와서 아니라고 말해요?” 밀당이란 전혀 없이, 오직 직진만 하는 남자 백기찬. “어쩌죠? 난 시하 씨를 놔줄 생각이 없는데. 나, 여자랑 잔 거 당신이 처음이었거든.” “네?” “날 이렇게 만든 것도 당신이 처음이고.” “……!” “감히, 내 순결도 빼앗았으니.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어요?” 벗어나려 할수록 더욱 깊이 옭아매는 그의 덫에, 아무래도 단단히 잘못 걸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