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황제의 명령으로 전남편을 죽인 괴물 대공과 결혼했다. “진짜 이 아이가 대공 전하인가요?” 사람을 잡아 먹는 괴물이라던 대공은 꾀죄죄한 어린아이였다. “아젤리아가 제일 좋아!” 황제가 보낸 자문관 때문에 부모님도 잃고 영지도 쪽쪽 빨아 먹힌 어린아이는 첫눈에 아젤리아 껌딱지가 되었다. 이전 생대로라면 14년 뒤에 황제가 모두를 죽일지도 몰랐다. ‘황제에게 복수하려면 힘을 키워야 해.’ 전생의 기억을 토대로 대박을 터뜨렸는데 늙은 황제가 뇌물을 요구했다. 이대로 황제에게 뜯기느니 산적에게 털려서 거지가 되는 게 낫겠는데? 그래서 대공을 산적으로 위장시켜서 알거지인 척했다. 의심을 피하려고 다른 사람들도 공평하게 털다 보니 진짜로 산적단이 되어버렸다. *** 작고 귀여웠던 꼬마 대공은 크고 우람한 산적 대공이 되어 돌아왔다. “아젤리아 말대로 모조리 빼앗아 왔어요. 사람은 해치지 않았고요. 잘했죠?” 옷 대신 짐승 가죽만 어깨에 두른 채 칭찬을 요구하며 머리를 들이밀었다. “옷부터 먼저 입어요.” “하지만 아젤리아에게 확인받는 게 더 급해요.” 그러다 아젤리아는 뒤로 쓰러져 남자에게 깔리고 말았다. “약속했잖아요?” “무슨 약속?” “돌아오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주겠다고.” 아젤리아는 단단한 그의 품 안에 갇혀버렸다. “벗어날 생각은 버리세요.” “....” “이제 영원히 되돌릴 수 없어요. 사랑해요, 아젤리아.” 그녀를 짓누른 남자는 짐승처럼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