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 버리겠네.” 그날 밤은 이현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부려 본 객기였다. ‘차정후, 나랑…… 오늘 밤 같이 있을래?’ 오랜 친구이자 상사인 차정후의 결혼 소식에 지긋지긋한 10년의 인연을 끊고자, 스스로 극단의 처방을 내린 날. 그 미친 짓의 대가가…… 이리도 혹독하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너 대체 왜 이래?” “더 이상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네 옆에 있을 수가 없어. 친구로도, 부하로도.” “서이현.” “그래서 떠나려고 했는데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더라.” 이현은 오싹하리만큼 사나워진 정후에게서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나직이 말했다. “나 임신했어.” *** 정후의 팔이 허리를 확 휘어 감자 이현이 그의 어깨를 꽉 그러쥐며 소리쳤다. “차정후!” “넌 이 감정이 착각이니까 정신 차리라고 했지.” “…….” “그래서 단순한 호기심과 충동인지 아닌지, 내가 그 생각이라는 걸 이틀 꼬박 밤낮없이 했거든, 서 팀장.” 그의 입술이 이현의 귓불에 슬쩍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답은 하나야. 이 정도로 깊이 착각하고 간절하게 원하면, 이미 진심이라는 것.” “뭐……!” “사실 착각이든, 충동이든, 호기심이든, 뭐든 상관없어.” 정후는 이현의 뺨을 단단하게 움켜쥐고서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이젠 서이현, 너에 관한 것만큼은 미친놈처럼 굴어 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