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보십시오. 저 또한 후계자입니다.” 길었던 머리를 단숨에 잘라내고 당당히 힘으로 황제가 되려 했건만, 도발에 넘어가 오히려 다리 하나를 잃고 죽어가는 꼴이라니. 압도적인 황제의 힘에 쓰러져가는 순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 없으니까 일단 나랑 계약해." 어처구니 없는 남자의 말에 절로 웃음이 났다. 알 수 없는 상황들에 머리가 복잡해질 때쯤 디아르의 손이 세리엔의 목으로 향했다. "큭.." "고민할 시간 없을 텐데 되게 여유부리네.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야." 아무 감정 없는 얼굴로 제 목을 조여오는 손에 당황하기도 잠시, 어차피 이 제국에 미련은 커녕 원망만 가득했을 뿐이었던 세리엔은 오직 하나의 생각에만 집중했다. ‘황제를 죽일 수만 있다면 그깟 계약, 내가 제대로 이용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