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는 하녀였다. 그 어떤 이름도 어떤 부도 타고나지 못했지만, 하인들을 가혹하게 대하지 않을 정도의 자비로운 주인 밑에서 일하는 행운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평화로웠다. 그러나 그런 그녀 앞에 낯선 남자가 나타나 말했다. "당신은 이 세계의 영웅입니다." 아이리스의 총성 때문에 숲은 평소의 소란스러움을 잃고 정적 속에 잠겼다. 시간마저 멈춰버린 듯 했다. 오후의 맷비둘기와 곤충들마저 그 작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허.” 그곳을 아이리스의 허무한 헛웃음이 채웠다. 웃지 않으려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마을의 미치광이 할머니 비비안, 호수의 요정에서 검을 얻은 영웅. 거기에 왕. 여기에 열거되지 못한 나머지 일까지 합치면 이보다 더 혼란스럽고 우스꽝스러울 수 있을까? 그러나 마티아스는 웃지 않았다. “당신은 제가 그런… 존재라는 것을 어떻게 알죠?” “저는 당신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요. 아이리스.” 의문은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자신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 아이리스는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했다. “언제인가요?” “아주 오래전부터입니다. 저는 당신이 스물일곱 살일 적에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스물둘이에요.” “알고 있습니다. 제가 시간을 되돌렸으니까요.” “뭐라고요?” “서른한 살의 당신이 죽고 저는 스물두 살의 당신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되돌렸습니다.” 마법, 시간, 영웅, 왕의 이름이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을 뒤짚어 놓았다. 아이리스가 다시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 소리에 놀라 새 한 마리가 다시 놀라 도망쳤다. 나도 저렇게 도망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치광이인가? “과거로 온 바람에 당신의 과거밖에 말할 수 없는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하지만 이 세계의 미래를 알고 있다는 건 진실입니다.” #여주판타지 #던전물 #먼치킨 #존댓말남주 #약회귀물 #남주회귀물 미계약작 이메일:zxc26145@naver.com 표지의 출처는 가이야(@egayya_) 님의 커미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