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신분에 치를 떠는 여인이 있었다. 모든 것을 잃고 얻은 세자의 자리가 버거운 사내도 있었다. 그녀는 그의 신분을 꺼렸고, 그는 신분을 막론하고 그녀에게 끌렸다. 그가 그녀에게로 다가가려 할 때마다 궐을 둘러싼 아홉 겹의 담장이 막아섰다. 그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그 담장을 넘어서고 싶지 않았다. 가까워질 듯 가까워지지 않는 거리는 아홉 담장 너머로 넘실대고, 흰 종이에 먹물이 번져나가듯 두 사람의 감정은 점점 더 짙게 번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