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나다> 1. 어떤 힘이나 영향 밖으로 빠져나오다. 2. 구속이나 장애로부터 자유로워지다. *** “그건 곤란하지.” 천천히 돌아서자 마디마디가 선명한 긴 손가락이 타이를 느슨히 풀어내는 것이 보였다. 조금 전까지 취기에 젖어 아양을 떨던 게 다 거짓말로 여겨질 만큼 멀쩡해 보였다. “너한테 먹히는 건 내 몸뚱어리밖에 없는데.” 호헌은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졌던 하찮은 거리를 잡아먹고 또 다시 사완 앞에 섰다. 적지 않은 공을 들여 멀어졌다고 생각했던 간각이 실컷 사완을 비웃었다. “억울하잖아.” 찰나 언짢은 듯 짧게 들썩였던 미간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았다. 약간의 웃음기 고인 목소리가 그린 듯 매끄러운 입술 사이로 미끄러져 나왔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놀렸는데.”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데 그걸 뻔히 알고도 호헌은 거침없이 다가왔다. 사완은 다음 수순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몸이 먼저 움직인 것은 생존본능에 가까웠으며 일종의 방어 기제였다. 멋대로 내뻗친 손이 허공을 가르자 둔탁한 마찰음이 작업실 내 울려 퍼졌다. ‘철썩’ 손자국 선명한 왼뺨이 초 단위로 부풀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다 했어?” 태연한 목소리였다. “이쪽도 마저 칠래?” yooneun_n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