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질 그런 결혼이었다. 하지만 그의 사정은 달라 보였다. “하자고, 결혼.” 순순히 내민 그 말이 단단하게 떨어졌다. 그가 이내 거리를 좁혀 앉았다. “나랑 볼 장 다 보고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 “나랑 부부 행세를 하다가 네가 물러서야 할 때를 정하고 나가면 그만이다. 이 결혼을 그렇게 정의했다면 오산이야. 부부끼리 해야 하는 일은 성실하게 이행할 거야. 너도 그렇게 따라야 할 거고.” 와인잔을 잡은 손에서 경미한 떨림이 일었다. 끝내 떨어지려는 잔을 그가 조용히 잡았다. 커다란 손이 작은 손을 덮었다. “이 결혼 절대 못 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