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안 올 거 같은데 그만 가지?” 소개팅 상대를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런 저를 깨운 것은, 7년 전 모든 관계를 끊고 떠난 남사친 강하원이었다. 장신의 키와 예리한 눈매. 곧게 뻗은 콧날과 그 아래 입술을 말아 올린 나른한 표정. 기억 속에 있는 7년 전 모습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우리가 만나서 반갑다고 이야기할 사이는 아니지 않아?” 난데없이 소개팅 장소에 나타난 그가 달갑지 않아 외면하는데, “밤새 키스해 놓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른 사람과 선을 보는 거야?” 미친 게 분명한 대답이 돌아왔다. “너 미쳤어?” “응, 미쳤어.”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목선을 따라 자잘하게 수놓아진 붉은 흔적이 박히듯 들어왔다. “너 때문에.” 갑자기 사라졌던 남사친 강하원과의 날벼락 같은 재회. 다시 마주친 순간부터 질척대기 시작한 그와의 관계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