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한 모카빛 머리칼에 연푸른 눈동자, 짙푸른 새틴으로 만든 뷔스티에 드레스. 루안나 루크레티사는 어린 후작의 약혼녀다. 그러나 남몰래 성을 돌아다니는 라이칸스로프, 샤워부스 속의 고대 인어, 그리고 틈나면 어깨를 물어뜯어 나이를 알 수 없는 후작과의 세월은 어째 흐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수께끼의 배후에게 의뢰받고, 안나 아가씨를 찾아 루크레티사 후작의 성을 찾아온 탐정 코렌과 그 집사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 . 소년이 스테이크에 나이프를 꽂아넣었다. 지익, 단면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안나는 항상 저것이 거슬렸다. 굽기를 레어(Rare)로 주문해도 저런 선혈은 흘러나오지 않을 텐데. 거의 날것에 가까운 고기를 매 끼니 빼놓지 않고 식탁에 올리는 그녀의 아름답고 어린 부군. "고마워할 필요 없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주문하시오. 내게 명령하라는 거요." 안나는 식전주를 홀짝이려던 채로 잠시 굳었다. "명령, 받고 싶으니." 소년이 스테이크를 썰어 그녀 쪽으로 밀어두었다. 피가 낭자한 접시 위 덩그러니 놓인 고깃덩어리가 먹기 좋게 썰려 있었다. 안나는 천천히 포크를 들어 스테이크 조각을 입에 넣었다. 생경하고 비릿하며, 무엇보다 노골적인 피 맛이 입 안에 생생히 퍼졌다. 그녀의 입술 한쪽에서 흘러내린 핏물을 빤히 쳐다보던 소년이 상체를 기울여 그것을 한쪽 엄지손가락으로 닦아내었다. . 자신의 손가락을 슬쩍 핥은 소년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