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으니 사랑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 헛된 기대였다. 장래가 빛나는 남편 ‘선욱’을 복수에 미친 괴물로 만든 건 린주 자신이면서. 린주는 참담한 기분으로 그를 포기했다. “이혼해요. 나와 같은 침대를 쓰는 것, 역겹잖아요?” “설마. 밤마다 잠든 당신을 보며 변태처럼 상상했어.” “…….” “흐트러진 나이트 로브의 레이스 틈으로 고르게 들썩이는 흰 살결을 베어 물면, 복숭아 육즙이 터져 나오듯 새하얀 침대 시트 위에 뿌려질 당신의 피를.” 매일 밤 복수를 꿈꾸었다던 그의 얼굴이 낯설다. “그러니 내가 지금 얼마나 즐거운지, 서린주, 당신은 모를 겁니다.” 바짝 다가선 선욱의 눈빛엔 위험한 밤의 짐승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제 복수가 끝났으니,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은 많습니다. 보통은… 아이를 더 만든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