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네, 이 여자로 하지.” 출세를 위해서라면 회장의 발까지 핥는다는 진명 그룹의 번견 선우신진. 물건을 고르는 듯한 말 한마디로 그의 아내가 된 오로지.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게 할 일의 전부인 어린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바쁘고 무심한 남편을 감히 마음에 품었다. 그녀의 눈물은 남편의 오점이 되고, 그녀의 바람은 남편을 피로하게 했으며, 그녀의 마음은 남편에게 무엇도 되지 못했다. 그래서 더 비참해지기 전에 도망쳤다. 남편의 아이를 품은 채였다. “신진 씨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여자랑 살 수 있어요?” “상관없어.” 네 아이니까. 맹수의 낯을 한 남자가 포효하듯 느른하게 웃었다. 그 깊고도 집요한 시선은 갓 입질을 끝낸 젊은 사냥개를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