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시작은 정략결혼이었지만, 오펠리아는 체드윅을 사랑했다. 그리고 그의 사랑 역시 얻을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웁시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아이, 지우자고 했습니다.” 모두 다 부질없는 바람이었다. 수많은 상처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마지막 기대가 처참하게 짓밟혀 무너졌다. “체드윅.” 오펠리아의 맑은 보랏빛 눈동자에서 눈물이 방울지며 흘러내렸다. 물기 어린 눈으로 미소지은 오펠리아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우리, 이혼해요.” 오 년간 위태롭게 이어진 결혼에 선홍빛 마침표가 낙인처럼 내려앉았다. *** “어떻게 해야, 다시 웃어 줄 겁니까?” 어떻게 해야, 울지 않을 겁니까. 체드윅의 물음에 오펠리아가 제 눈가를 쓸던 그의 손을 잡아 내렸다.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던 오펠리아가 그가 그토록 원했던 미소를 만면에 띠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세요, 대공.” 그 호칭에 체드윅이 동상처럼 굳어 오펠리아를 바라봤다. 오펠리아가 부드럽게 그의 손을 놓고, 그에게 묻었던 몸을 빼냈다. “이젠 전부, 늦었다고 했잖아요.” 그가 사랑했던 오펠리아의 다정한 목소리와 미소가 영원의 끝을 알렸다. 세상이 어둠에 잠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