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 어두운 시대 짙은 그림자에 갇혀 제대로 된 꿈조차 꾸어보지 못한 상묵은 일제 강점기 고등학교까지 다닌 엘리트 여성이었다. 충남당진 지주집안의 자손이었던 아버지는 신간회라는 독립운동조직을 만들어 전 재산을 쏟아 붓는다. 독립운동은 곧 죽음이었다. 결국 서대문 형무소에 갇히게 되고 모진고문 끝에 형장의 이슬이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 정심도 화병으로 죽게 된다. 해방 후 큰아들 형묵과 막내 철묵은 마르크스 좌파 사상에 심취해 또 다른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스스로 빨려 들어간다. 상묵과 둘째아들 용묵은 부모들의 죽음이 곧 이념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해 어느 한쪽에도 서지 않는다. 그렇게 남매는 이념에 따라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한국전쟁을 맞게 된다. 건설회사 경리였던 상묵은 전쟁 통에 간호사로 강제 동원되고, 용묵은 전쟁터로 끌려간다. 동생과 헤어진 곳을 떠날 수 없었던 상묵은 그대로 정착하게 되고 신분을 감추기 위해 개명을 한다. 상옥이 된 상묵은 전쟁이 끝나고 미용사로 이름이 꽤 알려지지만 두렵기도 하다. 연좌제의 사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옥은 찬성의 집요함을 이용하기로 한다. 매의 눈으로 완장을 차고 시장을 휘젓고 다니던 찬성 또한 시대의 희생양이었다. 강제징용으로 사이판에 끌려가 일제의 포병으로 태평양전쟁을 겪게 된다. 이미 기울어진 전쟁 속 허술한 경계를 틈타 특유의 수완으로 어부를 매수해 패전직전 탈영에 성공하지만 고향에 도착한건 한국전쟁직전. 또 다른 전쟁이 그를 맞이했다. 상옥과 찬성 그렇게 그들은 대한민국 역사 속 가장 길고 어두운 터널 깊숙한 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