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 임시보호자.」 자그마치 7년.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덕분에 온갖 위험에 시달리는 서화를 아는 사이 또는 알게 될 사이이거나, 라는 모호한 말로 지켜준 의문의 남자. “이 땅에 나와 가장 진하게 얽힌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 그 말에 그의 호흡이 멈추는 게 느껴졌다. 서화는 그의 등에 이마를 묻은 채 웅얼거렸다. “난 그게 당신이었으면 좋겠어.” 남자는 이제 돌아갈 것이다. 그녀의 공연이 끝났으므로. 그런데 얼마 후. 세계를 주름잡는 공연이어도 대관을 허락하지 않는 챈틀리 센터에서 서화의 독무를 조건으로 공연 초청장이 오는데……. “왜 하필 저인가요?”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왜 하필 자신인가. 마음만 먹으면 저보다 잘난 사람들도 무대에 세울 수 있는 그, 션 챈틀리가. 굳이 케어까지 자처해가며 저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서화는 션에게서 기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늦은 밤 그림자처럼 형체 없이 뒤따르며 든든하게 지켜주던 남자. 그 남자에게서 나던 향이 션 챈틀리에게서 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