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이었던 그녀가 눈을 뜨고 본 것은 작아진 손이었다. 늙은 용병이었던 일리안 하인리히는 10년을 거슬러 열두 살의 어린아이, 헤이븐 윈터가 되어 있었다. *** “너는 일리안 하인리히가 아니니까.” 율리어스는 견고한 문을 세웠다. 그 문은 오로지 일리안 하인리히를 위한 것이었고, 헤이븐 윈터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문이었다. “일리안 하인리히가, 도대체 당신에게 뭡니까.” 일리안은 그가 이해되지 않았다. 흔히 천하다고 불리는 용병 일이나 하며 살던 마흔 살 여인이 그에게는 대체 무엇이기에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이 세상의 일리안 하인리히는 율리어스에게 관심을 쏟기보다 제 인생을 살기에 더 급급할 텐데, 그는 어째서 일리안이 없으면 못 사는 것처럼 구는 건지. 율리어스는 천천히 몸을 돌려 일리안을 바라봤다. 그의 무미건조한 눈은 그 무엇도 담지 못하는 것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 눈을 한 주제에, 율리어스는 그렇게 말했다. “나의 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