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약혼자를 죽인 남자와 결혼하는 여자의 눈을 똑바로 보세요 폐하.” 혼인 증명서에 서명한 지 정확히 30분 후, 델리아 블라이드는 그녀의 남편이 된 란시엘 황제에게 기세 좋게 외쳤다. 그런데 왜 인생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인가. 분명히 유모가 설명해 줬는데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까 이게 혹시… 아차! 그런 말도 안 되는 음흉한 것을 떠올리다니! 음란 마귀가 씐 것이 분명하다! 이 모든 것은 변태스럽기 그지없는 황제 폐하 때문이다. “매력적인 모습을 보이며 얼렁뚱땅 넘어가시려는 모양인데, 할 말은 할 겁니다.” “비 전하, 지금 저한테 뭐라고 하셨습니까?” “역광 속에서 근육질의 팔로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동작은 아주 흔해 빠진 클리셰입니다. 여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남자들이 하는 아주 흔해빠진 자세란 말입니다. 저는 현혹되지 않습니다!” 매일 밤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변태 같은 황제 폐하와의 결혼생활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델리아는 고민에 빠져들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