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 않은 시간 동안 찾아 헤매던 당신을 포기했던 순간. 당신은 우연찮게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났다.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 * * 아나스타시아 그로모바, 금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하지만 어린 시절의 그녀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멍청이에 불과했고, 그녀의 숨겨진 재능을 알아본 건 처음 마주한 남자였다. 함께한 시간은 기껏해야 일 년. 홀연히 사라진 그 남자를 다시 만난 것은 삼 년이 지난 후였지만, 남자는 그녀를 까맣게 잊은 채였다. 그럼에도. “그 사람이 아샤에게 선물한 음악 속에서, 그 사람과 아나스타시아는 항상 함께예요.” 아나스타시아는 손끝을 내려다보았다. 이 손끝에 그가 있었다. 그는 지나간 시간 모두, 그녀와 함께하고 있었다. 그녀의 음악 속에서. 세계가 찬미한 천재와, 천재만이 알아본 천재의 이야기.